개미들의 숨겨진 진실: 이타적인 척, 사실은 이기적인 유전자 전략?

2024. 10. 10. 22:57곤충

개미의 사회성: 일개미들의 헌신과 진화의 비밀

개미들은 철저한 사회적 행동으로 다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존재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생존이나 번식과는 무관하게 여왕개미와 군락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개미들은 여왕개미를 보살피고, 애벌레에게 먹이를 주며, 군락을 청결히 유지하는 등 극도로 이타적인 행동을 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행동은 철저하게 진화적 이유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요?

개미 사회에서의 이타성

다윈은 생명체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진화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일개미들은 자신의 번식이나 생존과는 상관없이 여왕개미와 자매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다윈에게 큰 혼란을 주었습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이런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지 못했죠.

일개미의 헌신적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다윈 이후 윌리엄 해밀턴이라는 생물학자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해밀턴은 자연선택이 개체 수준이 아닌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연에서 선택되는 것은 개체 자체가 아니라, 개체의 유전자라는 것입니다. 개체는 단순히 유전자를 퍼뜨리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개미의 유전적 특성: 반수 2배체

개미들은 독특한 반수 2배체라는 성 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컷 개미는 두 개의 염색체를 가지지만, 수컷 개미는 하나의 염색체만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 결과, 일개미들은 아빠로부터 100%의 유전자를, 엄마로부터는 50%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자매끼리 75%의 유전적 연관성을 갖습니다. 이는 인간의 자매들이 평균적으로 50%의 유전적 연관성을 가진 것과는 매우 다른 점입니다.

이 유전적 특성 때문에, 일개미는 여왕개미가 더 많은 자매를 낳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더욱 유리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일개미는 직접 자식을 낳아 유전자의 50%만 물려주는 것보다, 여왕개미를 잘 보살펴 자매를 많이 생산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전략인 셈이죠.

유전자 중심의 생명관

이런 유전적 관점을 이해하면, 일개미의 이타적 행동은 사실 이기적 유전자의 표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개미들은 자신을 희생하여 여왕개미를 돕고 자매들을 돌보는 것이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을 본능적으로 따르고 있습니다.

영국 생물학자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형제 두 명이나 사촌 여덟 명을 구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그들의 유전적 연관도가 자신의 유전적 가치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에 기반한 발언입니다.

개미 사회의 이타성, 정말 이타적인가?

결론적으로, 일개미들이 여왕개미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단순한 이타적 행동이 아닙니다. 그들은 사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개미들의 행동은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 유전자 차원에서 매우 이기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번에 발밑을 지나가는 개미를 본다면, 그들의 행동이 단순한 본능이 아닌 복잡한 유전자 전략에 기반한 것임을 떠올리며, 조금은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